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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물

서예계의 초록색 반항아 ‘중천(中天)김창현’ 선생

서예계의 초록색 반항아 ‘중천(中天)김창현’ 선생
청개구리의 초록색 반항심처럼...


우리는 어릴 때  꿈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마음 한 켠에 들어있는 우리의 꿈... 그것은 어른이 되며 사라지기도 하지만 불현 듯 다시 나타나 우리의 마음을 불사르기도 한다.
세상의 직업은 많지만 정작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내가 원했던 일인가..,’ ‘이것으로 만족하는가...’ ‘그냥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닌가...’ 라고 한번쯤 생각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만족한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있는 재능과 꿈을 찾아 뛰어다닌다는 것은 큰 모험이자 행복이며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27년간 증권사에 근무한 후 날개 짓을 힘차게 하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나섰던 서예가 김창현 씨도 분명 마음 한 켠에 녹아있던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결심하고 도전했으리라...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란 격언도 있다. 어릴 때 마음속의 간직한 소망과 꿈들,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생각해내고, 도전 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서예가 김창현 씨를 만나보았다.

 

증권사에 있다가 늦게 서예가로 입문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짐을 정리하는데 옆에 불경 책이 보여 한번 훑어보았는데 어머님을 잃은 쓸쓸한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주는 글들이 많아 한동안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러다 불현 듯 한자와 붓글씨를 좀 더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힘들게 선생님을 찾아 서예를 배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소질도 있었기에 그냥 우연히 시작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나의 욕망이 불경 책을 통해 발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예란 무엇인가?
서(書)는 그림이고 흐름이자 법이며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좀 더 욕심을 내서 말하면 아름다움과 중용의 덕이다. 또 전통과 법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규범적이고 정돈된 그리고 법속에 있어 보이면서도 늘 새로운 시도와 생각으로 자유로움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법은 해태가 상징하는 물의 공평함이고 물의 흐름처럼 빈 곳은 담고, 뚫을 듯 하면서도 돌아가고, 넘칠수 있는 곳은 ‘넘침’ 이상을 쌓아두지 않는 화해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소용돌이 같은 격정, 폭포의 강렬함, 유유한 강의 흐름이 공존하는 생명을 키우는 깊은 산의 샘처럼 물의 마음으로 전통과 현대를 녹여내는 서예세계를 꿈꾸고 있다.

 

서예계의 현황과 아쉬운 점이 있으시다면...
2년 전쯤 원광대 서예문화예술학과가 폐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서예학과를 나와 특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단순히 돈 계산을 하기 위해 수학을 배우는 건 아닌 것처럼 서예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나름의 철학과 원칙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을 볼 때 많이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예술분야에서 그렇겠지만 보통 스승, 선생님이 누구신가 에 따라 예술의 특성과 특색이 달라지고 그로인해 ‘류’ 가 결정되고 부류가 형성되는 것인데 지금 현실은 학교 연줄위주로 주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다. 즉 선생님이란 자리는 자신이 일정부분 올랐을 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문이 열려있고 또한 그 제자도 선생님이 누구임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인데, 지금은 연줄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그 주류에 형성되지 못한 사람들은 비주류가 되는 이분법적인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도 서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말 중에서 70%가 한자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계실 것이다. 따라서 한자를 통하면 뜻이 더욱 분명해져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한자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신문에서도 순 한글로 나오지만 독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말이 한자를 토대로 창조된 글이기에 좀 더 알고 공부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도 좀 더 풍부해질 수 있고 각 단어들이 생성되게 된 근원도 덤으로 알 수 있어 재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요즘 텔레비전 교양프로그램에서 뜨고 있는 인문학 같은 경우도 당장은 필요하지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근원적인 토양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기본소양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서예와 한자도 그렇게 보아주었으면 한다.



 



예술분야가 너무 상업화 된다는 의견에 대해...
보통 우리가 글씨를 쓰면 그 가치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지위를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글씨라도 대통령이 쓴 글씨라고 하면 글씨의 멋과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위를 보고 글씨를 평가하고 보는 것이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를 보더라도 지배계층에서 서예를 하며 돈을 버는 경우는 있었지만 밑에 계층에서 서예를 갖고 돈을 번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평등한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무기로 서예를 통해 돈과 명예를 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현상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현실인데, 글씨만 써서는 경제생활을 영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캘리그라피 라든가 전각활동처럼 글쓰는 것을 변형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상업화를 의미한다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산품과 비교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직접 쓴 글씨 하나를 복사해서 10장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10개 전부 내가 쓴 글씨를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업화가 공산품을 의미하는 것만 아니라면 상업화라는 말에 크게 반감을 가지고 있진 않다. 너무 거창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예술작가들은 자신이 죽기 전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즉 우리 서예 쪽에서도 상업화라는 말은 돈을 많이 벌자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 생존하여 정말 내가 만족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뜻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무거운 서예는 이제 그만...
서예는 무겁고 권위적인 부분으로 생각하기 쉽다. 보통 우스개 소리로 “너 언제 죽어. 너 죽으면 가격 올라갈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서예작품을 그렇게 무겁게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사진도 벽에 붙이기도 하고 사진첩에 보관하기도 하지만 한 장면의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은 아니듯이 서예글씨도 소모품처럼 편하고 가볍게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청개구리처럼 통통 튀는 서예...
어느 날 청개구리의 엄마가 죽기 직전에 ‘이 녀석이 만날 엄마 말을 안 들으니 이번에도 반대로 행동하겠지’ 라고 생각해 물가에 묻어달라고 하자 매일 어머님말씀에 반대로만 행동했던 청개구리는 ‘이번만큼은 어머님 말씀대로 해야겠다.’ 라고 생각해, 시킨 대로 물가에 묻어 결국 무덤이 물에 쓸려갔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난 어릴 때 이런 청개구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릴 때 이웃아주머니들이 “에고 우리 창현이 얌전하네” 란 말을 많이 듣곤 했는데, 나를 위해서는 칭찬으로만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좀 늦게 깨달은 것 같다. 지금생각하면 나는 너무 바르게만 살아왔다.
사람이 너무 바르기만 하고 온순하게만 살면 그 바닥에서 발전할 수 없다. 항상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지’ 란 질문을 수없이 반복하고 아니다 싶으면 반대로도 해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마음속엔 항상 ‘NO’ 라고 얘기할 수 있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 마음속에 있는 갈증을 끄집어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내 이런 마음속에 어느 순간 청개구리에 투영되어 자리 잡아, 트레이드마크로 삼게 되었다.


제자와 호흡하며...
보통 서예에서 배우는 것을 채본 이라고 하는데 먼저 선생님이 써준 것을 따라 쓰는 학습법으로 주로 배웠다. 따로 한자나 서예에 대한 이론은 가르쳐 주시지는 않아 이론부분은 거의 인터넷에서 배웠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선생님의 가르침이 도움이 됐고 지금에도 존경을 하고는 있지만 학습이라는 것이 그냥 선생님이 써주고 흉내만 내는 공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부하면서도 내가 선생님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권위의식으로 누구를 가르쳐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왜 이렇게 써야하는지 이유와 원리를 가르쳐 주어야 겠다. 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서예계에서 30~40년 쓰시며 가르치시는 분에 비하면 나는 경력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내가 서예를 처음 도전하고 배웠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선생님이 되면 이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현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복지관이나 주민센터의 주민자치회 같은 곳에서 주로 강연을 하고 있고, 방송대 서예반 에서도 후배들 양성을 위해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사주명리학’ 에도 관심이 깊으신 것 같은데...
증권회사에 다니던 92년 1월 1일 전주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애들이 어려서 혼자 내려갔는데 저녁때 할 일이 없어서 사주 책을 보기 시작했다. 사주 책이 우리말로 역학이라고 하는데 사서삼경 중에 주역 책을 해석하기에는 한자실력이나 다루는 능력이 없었고 사주명리학 쪽으론 접근 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어 관련된 책들을 모두 섭렵하며 공부했었다. 좀 더 자랑을 하자면 증권사 재직 시 사주명리학을 이용하여 그날의 사주에 따른 내일의 증권시장을 예측하는 개념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적도 있다.

선생님께 술은 어떤 의미인가


술자리 인터뷰도 즐겨...
술은 지나치면 독이 되지만 적당히 하면 옆에 어깨동무하고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성격이 좀 내성적이고, 낮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인터뷰나 누구와 대화를 할 때 술이 옆에 있으면 마음속에 있는 것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직장 다닐 때 술을 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술하고 싸우지 말라고 한 적이 많다. 술과 적당히 친하게 지낸다면 인생과 동행할 수 있는 좋은 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전시계획이나 서예가로서 희망이 있으시다면..
작가는 작품으로 얘기해야하는데 아직 만족할 만한 작품이 없어 작년에 했던 불교무영대전은 올해는 쉬기로 했다. 개인전으로 삽화, 전각, 시사만평 비슷한 것들을 모아서 전시를 할 계획은 갖고 있다. 하지만 전시회를 위해서 작품을 하지는 않겠다.
나는 일반사람들이 무겁고 고상스럽다 고만 생각하는 서예를 대중에게 드러내어 재미있고 부담 없는 서예작품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 고가의 TV는 폐기하듯 서예작품도 작가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 골동품이 아니라 감상하고 활용하다가 재미없어지면 폐기할 수 있는, 무겁지만 가볍고 편한 서예작품을 만들고, 또한 사람들의 인식에 서예가 꽃이나 향수처럼 항상 옆에 두고 즐길 수 있는 편한 예술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같은 분야에서 각기 노력하고 있는 선후배의 사랑방이 되어주는 술집의 이미지는 노을이 짙게 깔려있는 산 아래에 있는 주막처럼 마음속에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따스한 사랑방의 온기를 서예가 김창현 씨를 인터뷰하는 동안 느낄 수 있었고, 청개구리 그림처럼 현대사회와 발맞춰 가려는 시도와 작품들을 보니 서예도 얼마든지 현대의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오래된 것이지만 항상 현대와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김창현 서예가는 인터넷신문 미디어 서울만평 기고를 통해 미세먼지와 같은 시사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글이나 그림으로 쉽게 풀어 대중에게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래되면 낡지만 그 낡은 것이 또 다른 탄생을 의미하듯, 캘리그라피나 전각, 시사만평 등으로 시대, 세대와 호흡하며 함께 공존하려는 김창현 서예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글씨도 쓰지만 그림도 그리는 이유는 전달력 면에서 한자보다는 그림이 더 크다. 황자를 보더라도 한자를 모르면 알수없지만 개구리를 그려놓고 머리위에 왕관을 올려놓아도 대번 알 수 있다.

 

케이팝타임즈 2017년6월호 인터뷰.글_장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