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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물

K-trot의 대가, 설운도에게 듣는 시대와 음악

“음악, 강물처럼 유유하게 시대를 흐르다!”
- K-trot의 대가, 설운도에게 듣는 시대와 음악



이태원의 어느 조용한 카페에서 트로트계의 전설이자, 한류 K-trot의 선두주자인 설운도 씨를 만났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독감이 걸렸다면서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야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은 조금 까칠해 보였고, 목소리도 잠겨 있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든다던 그는 몸이 아픈 것보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음을 더 안타까워했다. 언제나 음악은 자신의 삶이며, 철학이라고 말했던 그였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와 나눈 이야기를 풀어놓기 전에 한국인들에게 트로트가 갖는 의미에 대해 조금 거론해보고자 한다.


서민들의 깊은 삶 속에서 그들의 울고 웃는 순간마다 친구처럼 토닥거려주며 함께 해온 트로트. 때로는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백성의 생활 가요로, 때로는 국권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저항 가요로, 때로는 침략자에게 맞서 조국을 수호하려는 선무 가요로 트로트는 대한민국의 영광과 오욕의 순간에 언제나 함께했다.


그렇다면, 트로트가 왜 우리의 역사 속에 깊숙이 자리했는지 그에게 슬쩍 물어 보았다.

“사실… 음악은 문화∙예술의 기본이 되는 콘텐츠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듣기 좋고, 따라 부르기 쉽고, 무엇보다 공감할 수 있는 가사, 즉, 그 안에 삶과 철학이 들어가 있어야 하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모두 들어가 있는 가요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 희망도, 위로도 줄 수 있었던 겁니다.”

말하는 내내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데도,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했다. 얼굴에도 점차 활기가 차올랐다. 가요에 대한 사랑과 철학이 그에게서 감기 바이러스를 몽땅 밀어내주기를 바라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큽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애창곡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곡을 선호하게 되죠. 예를 들어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을 때나 마음에 갈등이 있을 때는 ‘원점’, ‘이별’ 등과 같은 슬픈 곡들을 부르게 되고, 즐거울 때는 댄스곡을 선호한다는 거죠.”

 

우리가 흔히 시대를 대변한다고 하는 음악은 시대의 옷을 갈아입으며 트로트에서 발라드로, 힙합과 랩, 일렉트로닉 댄스 등 국민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으며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구세대와 신세대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더 좋으며, 상대의 음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너무 뒤떨어지는 게 아니냐며 항변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떤 음악은 퇴폐적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구수한 음악이 사랑을 받던 시대에는 이웃 간의 사랑도 넘치고, 사회도 훈훈했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는데 시대가 발전하면서 가사들도 공감 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마구 쏟아내다 보니, 해서는 안 될 경계선을 무너뜨리기도 하더군요.”

 

시대가 변하고 음악이 변해가면서 양날의 검처럼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많이 생겼다. 우리의 이러한 다양한 음악의 스펙트럼과 강렬한 기운이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한류를 알리는 계기가 되어 K-pop의 열광적인 팬을 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빠른 변화가 한때의 유행처럼 쉽게 나타났다 쉽게 사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노래 따라 가수의 인생이 변한다’는 말을 우리 가수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죠. 긍정적이고 밝은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면 기분도 좋아지고, 슬프고 좌절이 담긴 노래를 자주 부르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우울해집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 ‘말이 씨가 된다’ 라는 말처럼 긍정적인 음악은 나의 이상과 정서를 따뜻하게 만들어주죠. 좋은 음악을 선호하게 되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음악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음악인들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음악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철학이 생겼으면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노래방 문화가 가장 잘 발달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민족이 흥을 알고 흥을 즐기는 민족이라는 거죠. 이러한 흥을 억제하지 말고 밖으로 표출해내는 게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도 풀릴 뿐 아니라 가슴속에 뭉쳐있던 응어리도 털어낼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들려오던 노래가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내내 입가에 맴돌았다. 그의 이야기처럼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이라는 재능 있는 친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기쁨과 위안을 주며 강물처럼 유유하게 흘러가고 있었다.